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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연재]제6회 : 고대부터 이 지역과 교감 있었으리라 추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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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연재]제6회 : 고대부터 이 지역과 교감 있었으리라 추측하다
  • 송범두_천도교 교령
  • 승인 2019.10.06 0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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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송범두 지음, 라운더바우트 펴냄) 분재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도시 히바에 세워져 있는 알 콰리즈미(Al-Khwarizmi) 동상. 그는 알고리즘(Algorithm)이란 학문적 용어를 탄생시킨 히바 출신의 대수학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학자들을 한 줄로 세우면 가장 앞에 세울 사람이 바로 무함마드 알 콰리즈미라고 한다. Ⓒ동학만리
▲우즈베키스탄의 고대도시 히바에 세워져 있는 알 콰리즈미(Al-Khwarizmi) 동상. 그는 알고리즘(Algorithm)이란 학문적 용어를 탄생시킨 히바 출신의 대수학자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학자들을 한 줄로 세우면 가장 앞에 세울 사람이 바로 무함마드 알 콰리즈미라고 한다. Ⓒ동학만리

무척 추웠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의 첫 일정은 무난했다. 이슬람 유적지들의 역사성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알고리즘(Algorithm)이란 학문적 용어가 알 콰리즈미(Al-Khwarizmi)란 대수학자의 이름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리고 그 수학자의 고향이 바로 이곳 히바였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학자들을 한 줄로 세우면 가장 앞에 세울 분이 무함마드 알 콰리즈미라고 합니다. 디지털 문명 속에서 알고리즘이란 학문적 용어가 더욱 대중화되고 있는데, 바로 그 용어가 알 콰리즈미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이분의 고향이 바로 이곳 히바입니다. 780년부터 850년까지 살았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연도가 정확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참고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이드의 안내가 끝나자마자 관광객들은 동상을 배경으로 사진 찍기에 분주했다. 아마 오늘 돌아본 관광지 중 가장 인기를 끈 곳이 이 동상이었을 것 같다.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기도 하지만 이렇듯 ‘하는 만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이 밖에도 이날 관광에서는 여타 히바 건축물들의 토대가 된 ‘타시 하울리 궁전(Tash Hauli Palace)’과 높은 성벽이 인상적이었던 ‘쿠냐 아르크(Kunya Ark)’, 그리고 무슬림 성지로 유명한 ‘파흘라반 무함마드 영묘(Mausoleum of Pahlavan Muhammad)’ 등 강추위 속에서도 많은 곳을 고루 둘러봤다.

하지만 이들 유명 관광지들보다 나의 관심은 조금 다른 곳에 있어 나만의 관광이 즐거웠다. 그것은 이찬칼라를 둘러싼 토성에 대한 관심이었는데, 경기도 성남 살던 시절 거의 매일 저녁 찾아와 내게 인문학 강좌를 해주던 후배 덕분이다.

그 시절은 사업에 실패해 성남 달동네까지 밀려났던 시기였다. 그런데 그곳에서 만난 후배의 영향으로 많은 지식을 얻게 된 좋은 시간이기도 했다. 그 후배는 성남에 있던 LH토지주택박물관대학의 단골 수강생이었다.

이 박물관대학은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지역 주민의 평생교육을 지원하고자 국내 최고 전문가들을 초청해 다양한 분야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했다. 지금은 이 박물관대학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이전에 따라 경남 진주로 이사했다.

그 후배와 함께 주말을 이용해 틈만 나면 가까운 남한산성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유적지 답사에 나섰다. 그때마다 나의 관심은 어릴 적 오가며 봤던 남해 고향 마을의 임진성(壬辰城) 추억 탓인지 유독 성곽으로 집중됐다.

“이찬칼라 유적지를 소개하면서 이곳을 둘러싼 토성에 대해 이야기해주면 좋겠어요.”

숙소로 떠나려던 참에 가이드를 불러 귀띔했다.

“왜냐하면 내가 한국에서 신라시대 성곽들을 많이 둘러보았는데 닮은 점이 아주 많아 조금 더 공부하면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아 그래요. 아마 이 지역엔 돌이 귀해 토성을 조성한 것 같은데 흙벽돌과 돌의 차이만 있었지 유사한 요소가 너무 많아 처음 보는 순간 놀랐어요. 특히 성곽의 전체적인 모양새가 너무 많이 닮았어요.”

가이드는 일단 알겠다고 예의 바르게 화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런 것까지 공부할 시간은 없다’고 단호하게 거절했다. 하긴 그럴 것이었다. 판에 박힌 일과가 편할 것이었고, 그런 안내까지 맡다 보면 관광객들로부터 ‘우리가 공부하러 왔느냐’는 핀잔을 듣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사람은 작은 연만 있어도 반갑다. 예컨대 경상도 땅이 좀 넓은가? 그럼에도 같은 경상도 사람이라는 출신지 하나만으로도 고향 사람 만났다며 금세 경계를 허물고 마음의 벽을 트곤 한다.

즉 낯선 타국에서 만나는 한국과의 연은 작은 스토리 하나에도 솔깃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조언 하나 보태려 했는데 그의 표정이 영 아니다 싶어 조금은 무색했다.

“신라 성곽을 말할 때 일반적으로는 고구려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해요. 하지만 나는 그보다 더 멀리 이곳 어디쯤에선가 어느 기술자가 와서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생각까지 했을 만큼 아주 비슷한 모습이 참으로 많아 놀랐지요.”

그가 듣든 말든 나의 주장은 계속됐다. 하지만 그는 버스가 떠날 시각이니 어서 빨리 가자고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제 호텔로 들어가면 히바 여정은 오늘로 끝난다. 많이 아쉬웠다. 언젠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내서 다시 찾아와 꼼꼼히 보고 싶다. 히바는 우즈베키스탄의 첫인상이었다. 그래서 더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곳 같다. (계속)

 

[편집자 주]송범두 천도교 교령이 201981일 출간한 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책 내용을 분재 형식으로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출판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준 저자와 출판사 측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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