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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끝]기타규슈를 떠나며 일본 내 ‘조선학교’를 다시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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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 끝]기타규슈를 떠나며 일본 내 ‘조선학교’를 다시 생각하다
  • 이경일_본지 편집인
  • 승인 2019.09.2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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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시모노세키 조선학교룰 방문한 고려인 지원센터 ‘너머’의 김영숙 센터장이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와 한국 거주 고려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고려인들은 차별 받는 일본 내 조선학교의 현실을 알게 됐고, 재일 동포들은 연해주 고려인들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된 좋은 계기였다. Ⓒ일본 기타규슈 동학만리
▲21일 시모노세키 조선학교를 방문한 고려인 지원센터 ‘너머’의 김영숙 센터장이 중앙아시아 고려인 사회와 한국 거주 고려인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날 만남은 고려인들은 차별 받는 일본 내 조선학교의 현실을 알게 됐고, 재일 동포들은 연해주 고려인들의 아픈 사연을 알게 된 좋은 계기였다. Ⓒ일본 기타규슈 동학만리

[일본 기타규슈=이경일 편집인]함께 왔던 고려인 일행들이 한국으로 돌아갔다. 태풍 또한 잦아들며 오늘 낮부터는 맑은 하늘을 되찾을 것 같다. 오늘 시모노세키 지방의 낮 최고 기온은 24℃이다. 한국과 비슷한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센터장이 말했듯 바다는 다시 고요해지고, 하늘은 다시 푸르러질 것이었다.

어제 저녁은 송상윤 사장과 함께했다. 어제 자 기사에서도 소개했듯 그는 재일동포 사회를 돕는 한국인 사업가다. 주식회사 ‘동그라미 프로젝트’란 회사를 운영 중인데, 이미 2016년 제53회 무역의날을 맞아 수출 ‘1백만불탑’을 수상한 중견기업체 사장이다.

赤信号、みんなで渡れば怖くな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런 말이 생각났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말로, 직역하면 ‘빨간 신호등도 여럿이 건너면 무섭지 않다’이다. 즉, ‘나쁜 일도 여러 사람이 함께하면 죄의식을 못 느낀다’는 뜻이겠다. 작금의 아베 정권이 바로 그런 경우다. 그리고 ‘조선학교’에 대한 지난 8월 27일 자 일본 대법원 판결 또한 같은 경우였다.

2회에 걸친 기타규슈 발 기사를 읽고 지인들로부터 많은 문자를 받았다. 그중 ‘몽당연필’을 칭찬하는 문자가 많아 홈페이지를 살펴봤다. 마침 오늘(24일)이 ‘거리행동’ 기획단 1차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이 단체 홈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올라왔다. 10월 19일의 ‘거리행동’을 앞두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한 회의라 하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본 내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몽당연필’은 오는 10월 19일 대규모 거리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이 단체의 거리행동 모습이다. Ⓒ몽당연필
▲일본 내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시민단체 ‘몽당연필’은 오는 10월 19일 대규모 거리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7월에 있었던 이 단체의 거리행동 모습이다. Ⓒ몽당연필

‘거리행동은 몽당연필 회원들이 직접 거리로 나가 시민들에게 조선학교를 알리고 연대를 요청하는 활동입니다. 각자의 언어로 조선학교를 이야기하고, 일본사회 내 조선학교의 차별 현황을 알림으로써 동포들의 투쟁에 함께하고자 합니다. 그 소중한 경험을 함께 만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남녘의 고향땅에도 조선학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함께 알려요! 각자 잘할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내어 멋진 거리행동을 함께 만들어 주세요.’

‘몽당연필’은 영화배우 권해효 씨가 만든 시민단체다. 권 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02년 6·15 남북공동선언 실천을 위한 남북 해외청년 공동행사에 남측 청년 대표단으로 참석해 당시 북측 대표단으로 참석한 조선학교 출신 청년들을 만나면서부터 이 학교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을 이어가던 중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고 많은 조선학교도 피해를 입었다. 그래서 다른 문화예술인 등과 조선학교를 위한 모금을 하려고 몽당연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1년만 하고 해체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선학교와 함께하는 국내 단체가 필요하다는 동포사회 등의 요구로 몽당연필을 지속하게 됐다.”(시사저널 2017년 7월 20일 자)

그는 당시 인터뷰에서 “일본 조선학교가 북한의 지원을 받으며 북한사상 교육도 이뤄지게 됐다”면서 “하지만 조선학교는 기본적으로 북한이념이 아니라 우리 민족에 대해 가르치기 위해 세워진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우리 민족과 우리 역사에 대해 배우고 싶은 학생은 많은데 마땅한 학교가 없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이 학교를 택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의 이 같은 설명은 2006년에 제작된 영화 <우리학교>를 통해서도 잘 알려져 있다. 김명준 감독이 제작한 이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 조선학교의 일상을 담아낸 다큐멘터리로, 2006년 부산국제영화제 운파상(다큐멘터리부문 최우수상), 2006년 올해의 독립영화상, 2008년 대한민국영상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던 작품이다.

▲일본 내 ‘조선학교’의 차별을 인정한 8월 27일 자 일본 대법원 판결로 재일동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긴급집회를 열고 있는 오사카 지역 동포들 모습이다. Ⓒ오사카교민회
▲일본 내 ‘조선학교’의 차별을 인정한 8월 27일 자 일본 대법원 판결로 재일동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긴급집회를 열고 있는 오사카 지역 동포들 모습이다. Ⓒ오사카교민회

“한국에서도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참 다행입니다. 그동안 북한사상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이 학교에 대한 관심 자체가 터부시돼 왔습니다. 기자님 기사에도 있듯 북한에서는 1958년부터 이 학교를 지원해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북한과 우호적인 사이가 될 수밖에 없었겠죠.”

시모노세키에서 만난 교민 김민석(53세) 씨의 설명이다. 그는 일본 조선학교가 재일동포 사회의 자존심이자 항일 전선의 보루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에 개최된 ‘큐수 2019 우리민족 포럼’이 다른 어느 행사 때보다 강렬했던 것도 조선학교에 대한 지난 8월 27일 자 대법원 판결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부연했다.

일본 조선학교에 대한 관심은 대학생들로도 번지는 양상이다. 서강대학교는 최근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시모노세키 우리학교 방문 프로젝트’에 참여해 달라고 안내했다. 기간은 2020년 2월 14일부터 2월 21일까지 7박 8일. 그리고 장소는 ‘일본 시모노세키 야마구치 조선학교’라고 명시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월에도 이 학교를 찾아 봉사활동을 했다. 학생들은 당시 방문에서 시모노세키 야마구치현이 아베 총리의 고향이란 점도 주목했다. 즉 극우 성향의 일본인이 많은 동네로서, 그의 정치적 기반이 된 장소에 세워진 조선학교인 만큼 ‘우리가 더욱 굳건히 지켜줘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기도 했다.

또 조선학교를 돕는 운동에는 출판사도 참여했다. 도서출판 세그루는 지난 4월 《지금은 일본을 읽을 시간》을 출판하며 인세 수입의 10%를 조선학교 돕기에 사용해 달라며 몽당연필 측과 약정했다. 이와 관련 책의 저자인 심형철 씨는 “온갖 차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우리말과 글을 지키는 그들이야말로 진정한 애국자들”이라고 칭찬했다.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재일동포 문화주간’ 기간 중 무대에 올려질 ‘치마저고리’ 포스터. 이 작품에는 차별 받는 일본 내 조선학교의 현실이 잘 녹아 있다. Ⓒ극단 달오름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재일동포 문화주간’ 기간 중 무대에 올려질 ‘치마저고리’ 포스터. 이 작품에는 차별 받는 일본 내 조선학교의 현실이 잘 녹아 있다. Ⓒ극단 달오름

조선학교에 대해 관심을 갖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는 10월 9일부터 11일까지 열리는 ‘재일동포 문화주간’에 꼭 참석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일본 땅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우리를 보시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연극 '치마저고리'(연출 김민수) 무대가 펼쳐진다.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창작플랫폼 경험과 상상’에서 10월 9일 오후 3시와 6시 두 차례 공연되는 이 작품에 그들의 서러움과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우선 알아야 그들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야 도울 마음도 생기는 법. 재일동포를 돕는 한국인 사업가 송상윤 사장과의 대화에서도 이 같은 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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