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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일본 땅에서 맞잡은 통일의 손 : 고려인과 조선인, 그리고 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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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일본 땅에서 맞잡은 통일의 손 : 고려인과 조선인, 그리고 한국인
  • 이경일_본지 편집인
  • 승인 2019.09.2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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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방문한 일행이 시모노세키 조선학교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센터장이 학교 운동장에 모인 일행들에게 조선학교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일본을 방문한 일행이 시모노세키 조선학교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고려인 지원단체 ‘너머’의 김영숙 센터장이 학교 운동장에 모인 일행들에게 조선학교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일본 기타규슈 =이경일 편집인] 21일 오후 시모노세키에 있는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경기도 안산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들과 함께였다. 이 학교 오영철 교장(54세)은 “우리는 오랫동안 학교 운영을 지원해 준 공화국(북한)을 우호적으로 평가한다”면서 “공화국은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1958년부터 지금까지 우리 학교에 5백억 원 가량의 장학금과 운영자금을 지원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의 인사말이 끝나자 참석자들이 박수로 화답했다. 참석자 가운데는 9명의 고려인들을 인솔해 이곳을 방문한 김영숙 센터장도 포함됐다. 그는 국내 대표적 고려인 지원 단체인 사단법인 ‘너머’ 소속이다. 이날의 박수소리는 일본 한복판에서 연출된 동학민족의 통일 찬가였다. ‘고려인’과 ‘조선인’이 만나 1910년 이전으로 돌아간 이날의 감동으로 우리 영토는 급 확장됐다. 말 그대로 ‘동학만리’였다.

이날 시모노세키 조선학교에서 만난 참석자들은 모두 우리 겨레였다. 하지만 이들의 국적이 각기 달라 만남 자체로 급격하게 요동쳤던 조선말기 이후 우리네 역사의 압축판을 드러냈다. 먼저 오영철 교장은 자신의 국적은 ‘조선’, 부모님의 국적은 ‘한국’이라 했다. 그리고 고려인 참석자들의 국적은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여러 나라로 다시 갈라졌다.

“시모노세키 조선학교는 1946년에 처음 개교해 7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1945년 해방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려던 사람들이 갑작스런 태풍으로 발이 묶여 시모노세키 야산에 판잣집을 짓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분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이 우리말과 글과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조선학교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오영철 교장은 참석자들에게 학교연혁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일본정부로부터 숱한 탄압을 받았고, 아베 정권 이후 가장 참담한 시련을 겪고 있는 중이라고 통탄했다. 일본 내 모든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가능하다. 외국인이 설립한 학교들도 모두 똑같은 혜택을 받고 있다. 하지만 유독 ‘조선학교’ 만큼은 그 대상에서 제외됐다. 따라서 다시 긴 투쟁에 들어가게 됐다는 오 교장의 설명에 고려인들도 눈가가 촉촉해질 만큼 함께 탄식했다.

▲와카마츠에 세워진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를 찾아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모습. 위령비 곁에 세워진 솟대 방향은 부산이다. 영혼만이라도 고향땅을 밟기 위한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와카마츠에 세워진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를 찾아 그들의 넋을 위로하는 모습. 위령비 곁에 세워진 솟대 방향은 부산이다. 영혼만이라도 고향땅을 밟기 위한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담아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2019 큐슈 우리민족 포럼’ 참석 차 방일

이애다, 최스베타, 이다마라, 김엘미라(이상 우즈베키스탄 국적), 박타냐, 윤잔나, 정타마라(이상 러시아 국적),  석제냐, 강스비에따(이상 카자흐스탄 국적) 씨 등 9명의 고려인들과 김영숙 센터장은 22일 오후 1시 이곳에서 열리는 ‘2019 큐슈 우리민족 포럼’에 참석차 20일 저녁 기타규슈에 도착했다.

‘큐슈 우리민족 포럼’은 1996년 처음 시작됐다. 1995년 결성된 ‘재일조선청년상공회’ 주축으로 그동안 일본 각지를 돌며 매년 거행해온 행사인데, 조총련계 중심 행사다 보니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포럼이다.

그 점에 관심이 갔다. 김영숙 ‘너머’ 센터장으로부터 이 소식을 처음 듣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동학만리’를 제대로 복원하기 위해선 조총련계와의 연대도 중요했다. 마침 동학 천도교와 고려인 동포사회가 동귀일체를 모색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그 의미는 더욱 컸다.

▲큐슈 동포사회를 좀 더 결속시키기 위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요동치는 한반도 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의 일원으로 재일동포 사회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진정한 안정을 얻기 위해 미래 주역인 우리 어린이를 위해, 동포 전체가 ‘하나로’ 힘을 모으는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이 점이 지난 23년 동안 추진해온 ‘큐슈 우리민족 포럼’의 한결 같은 주제였다.

이번 포럼은 22일 오후 1시부터 아르모니산크 기타큐슈 소레이유 홀에서 개최된다. 20일과 21일 사이 이번 포럼에 참석하기 위한 여러 단체들이 기타규슈에 속속 도착했다. 그 가운데는 ‘봄’이라는 이름의 시민단체 소속 20여명도 부산에서 여객선을 통해 입항했다. 조선학교 오영철 교장은 “젊은 사람부터 어르신까지 다양한 세대로 구성된 이 단체가 오랫동안 우리 학교를 후원해 왔다”고 귀띔했다.

▲모지항구를 찾아 기념 촬영한 모습. 김영숙 센터장(우측 끝에서 세 번째)과 고려인 대표들은 22일 오후 1시부터 이곳 기타규수에서 열리는 ‘2019 큐슈 우리민족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저녁 일본에 도착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모지항구를 찾아 기념 촬영한 모습. 김영숙 센터장(우측 끝에서 세 번째)과 고려인 대표들은 22일 오후 1시부터 이곳 기타규수에서 열리는 ‘2019 큐슈 우리민족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0일 저녁 일본에 도착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태풍 ‘타파’ 영향으로 하루 종일 궂은 날씨

이곳 기타규슈는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0일과 21일 온종일 많은 양의 비가 왔다. 아마 포럼이 열리는 22일엔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며 강풍이 더욱 거세질 것 같다. ‘타파’라는 태풍 이름은 말레이시아가 제출한 ‘메기목에 속한 민물고기’라고 한다. 순간 메기의 특성이 떠올랐다. 메기는 나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민물고기다. 그런 능력 덕분에 메기와 그 아류는 민물고기 전체의 4분의 3쯤을 차지한다.

20일 저녁 이곳에 도착한 일행은 21일 오전 ‘조선인 조난자 위령비’가 세워진 와카마츠를 방문했다. 이곳에서 일행은 1945년 9월 18일 밤의 비극을 떠올렸다. 광복과 함께 재일조선인들을 태웠던 귀국선이 태풍을 만나 난파됐다. 이 사고로 100여명 이상이 한날한시 현해탄에 이생의 한을 영원히 묻게 됐다. 이들 대부분은 치쿠호탄광이나 야하타제철 등 기타큐슈 지역으로 강제 동원됐던 재일조선인과 가족들이었다.

“당시 일본인들이 사체를 수습해 100명 이상의 조선인 대부분을 오다야마 묘지에 모셨습니다. 그리고 기타큐슈 시민단체 등 일본인들이 먼저 조선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이후 1990년 이 지역 재일동포 사회와 기타큐슈시가 협조하면서 위령비를 세우게 됐습니다. 지금 보시는 솟대의 방향은 부산입니다. 영혼만이라도 고향집을 향하고 있는 것이지요.”

안내자의 설명과 위령비 곁에 선 강영환 시인의 시비가 어울렸다. 시인은 ‘그대 외롭지 않으리’라고 썼다. 비록 이승의 한을 낯선 땅에 묻었지만, 개념 있는 일본인과 재일동포들, 그리고 우리 국민이 어두웠던 지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이곳에서 만나며 고개 숙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고려인들도 한 마음으로 고개 숙여 그들을 추모했다.

▲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시모노세키 지역과 기타규슈 지역 일대 모두가 먹장구름으로 뒤덮였다. 이 지역의 이날 잿빛하늘은 이곳을 찾은 고려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1946년 개교 이래 ‘조선학교’가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듣고 이들의 가슴은 하루 종일 묵직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시모노세키 지역과 기타규슈 지역 일대 모두가 먹장구름으로 뒤덮였다. 이 지역의 이날 잿빛하늘은 이곳을 찾은 고려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1946년 개교 이래 ‘조선학교’가 겪었던 여러 어려움을 듣고 이들의 가슴은 하루 종일 묵직했다. Ⓒ일본 기타규슈=동학만리

메기같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잘 견뎌냈던 풀뿌리 민족 아니던가. 이름 하여 ‘동학민족’이다. 일행은 이날 기타규슈 인근의 13세기 유적지인 고쿠라 성과 산책로가 아름다운 모지항구를 둘러보는 등 궂은 날씨 속에서도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나 맛있는 성찬에도, 아름다운 풍경에도 이들의 마음은 하루 종일 답답했다. ‘조선학교’를 도울 힘이 부족하다는 낙담과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아베 정권의 역사부정이 이날의 기타규슈 잿빛 하늘처럼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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