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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연재]제3회 : 친구 K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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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 연재]제3회 : 친구 K에게
  • 송범두_천도교 교령
  • 승인 2019.09.08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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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송범두 지음, 라운더바우트 펴냄) 분재
▲2018년 1월 29일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사진 왼쪽은 이번 여행의 일행 중 한 사람인 이영옥 동덕(同德)이고, 오른쪽은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의 사르도르(Sardor Sadikov) 서기관이다.
▲2018년 1월 29일 출국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인터넷 언론과 인터뷰를 했다. 사진 왼쪽은 이번 여행의 일행 중 한 사람인 이영옥 동덕(同德)이고, 오른쪽은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의 사르도르(Sardor Sadikov) 서기관이다.

날세, 범두. 작은형님 꿈을 꿨구먼. 어제 공항에서도 문자 보냈듯 늦둥이 막내아들 청첩 받고도 떠나온 미안함 있어 몇 자 적네. 오늘 마침 서울 간다는 여행사 직원이 있어 인편을 통해 미안한 마음 다시 보내니 헤아려주면 고맙겠네.

우즈베키스탄에 잘 도착했네. 여기는 히바라는 오래된 도시일세. 어제 늦은 시각 호텔에 들어와 비몽사몽 한숨 자고 나니 조금 전 첫닭이 울어 자네 생각이 다시 났네. 여기나 거기나 사람 사는 세상은 매한가지인 듯 닭 울음소리까지 남해 구미동 토종닭과 같아 아직은 먼 땅 와있는지 실감조차 안 나는데 작은형님 꿈까지 꿔 오늘 새벽 심고心告가 특별히 먹먹했네.

이제 날이 밝으면 관광에 나설 예정이네만 왜 이 먼 곳까지 왔는가, 보다 자세한 내용은 첨부하는 내용을 참고해 봐주게. 어제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한 인터넷신문과 인터뷰한 기사일세. 와이파이가 안 터져 어젯밤 호텔에 부탁해 프린트해놓은 게 있어 보내니 살펴봐주면 고맙겠네.

아무튼 여기 오기 전 이리저리 수소문해 수도 타슈켄트까지 가는 동안 중간 중간에 네댓 분의 고려인을 만나기로 시일 잡았는데 아무런 소득 없다 해도 그분들을 직접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내 오랜 체증이 풀릴 것 같아 보람 있네.

그들이야말로 동학의 원형을 그대로 간직한 진정한 동학쟁이들일 테니 얼굴 보고 우리말 섞는 일만으로도 감흥 있을 걸세. 혼인대사 급대사라 하였거늘 멀리서나마 다시 축복하네. 추신 : 첨부 기사 1장.

2018년 1월 30일 새벽,
낯선 땅에서 신암 배.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 ① | 송범두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

“여러 재료가 된장 맛과 어우러져 시원한 국물맛을 내는 게 된장찌개 아닙니까? 그런데 그것이 일정 온도가 돼서 끓기 전까지는 각자가 자기 고유의 맛만 냅니다. 그야말로 호박은 호박대로, 양파는 양파대로, 된장은 된장대로 말이지요.”

29일 인천공항에서 만난 송범두 동학민족통일회 상임의장은 대뜸 된장찌개 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사라진 동학 정신을 찾으려 일행과 함께 이번 우즈베키스탄 여행길에 동참하게 됐다면서 중앙아시아 고려인들이야말로 참 동학인이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된장찌개가 말이지요, 일단 끓기 시작하면 각자 맛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된장 맛과 잘 섞여 맛깔스러운 된장찌개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동학 정신도 그렇게 만들어진 우리 고유의 겨레 정신입니다. 한데 동학 정신 고유의 맛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혹은 아직 덜 끓은 동학 된장찌개만 만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려인들만큼은 아직 우리 고유의 동학 정신을 그대로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을 것이란 믿음에 이번 여행길을 따라나섰습니다.”

그는 1937년 스탈린의 강제 이주 정책으로 연해주를 떠나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들의 뼛속 깊은 곳에 동학 정신이 살아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어울려 산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에게도 당연 동학 정신이 스며있을 거라는 믿음도 있다.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모든 정책은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모든 공직자는 국민을 모셔야 한다’고 강조한 취임사를 보고 그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했다. 그것이 곧 ‘인간 존엄성’을 중시했던 ‘사인여천(事人如天)’이고, ‘사람이 하늘’이라 했던 ‘인내천人乃天’ 동학 정신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여행길에서 그는 기회가 닿는 대로 우즈베키스탄 내 고려인들을 많이 만나고 싶다고 했다. 특히 아직은 많이 생존해있을 고려인 3세들로부터 그들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로부터 들었던 구한말의 동학운동 이야기를 구술 채록해가고 싶다는 의견까지 보탰다. 더불어 동학 정신의 정수를 담은 《동경대전(東經大全)》과 《용담유사(龍潭遺詞)》 등을 향후 러시아어로 번역해 그 깊은 뜻을 중앙아시아로 확산시키고 싶다는 구상도 밝혔다.

“동학 정신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민족의 횃불이 됐던 구심점입니다. 19세기 말 동학혁명은 물론이고 일제강점기 때 동학 천도교를 중심으로 펼쳤던 3·1 독립운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죠.”

그가 상임의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동학민족통일회는 동학 이념의 사회적 구현과 민족의 자주, 민주, 통일을 실현하고자 1991년 5월 창립된 천도교 전위단체다. 그동안 수많은 남북 교류 사업을 펼쳐오며 한반도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해온 이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는 향후 중앙아시아의 참 동학인들과 함께 더 큰 통일 운동을 펼치려는 여러 계획 속에 있다.

29일 오전 열한 시, 주한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이 기획한 ‘위대한 실크로드, 고대 도시로의 여행단’ 150여 명과 함께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그는 천도교단의 차기 최고 지도자로도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사다. 그의 이번 우즈베크 여행과 고려인 방문 일정이 향후 그의 원대한 구상과 맞물려 어떤 결실로 나타날지 주목된다.(계속)

 

[편집자 주]송범두 천도교 교령이 2019년 8월 1일 출간한 《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 책 내용을 분재 형식으로 엮어나가고 있습니다. 출판 콘텐츠를 사용하도록 허락해준 저자와 출판사 측에 감사드립니다. 책에 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옆의 링크를 클릭해 확인 바랍니다. 고려인 숨결 따라 동학 길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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